내가 사는 이곳에서 남쪽 멀리..
구례와 하동 사이에
지리산과 섬진강이 깊게 깍지 낀 곳에..
호리병 같은 틈으로 별천지가 하나 들어있다..
그 곳에선 사시사철 꽃들이 넉넉하게 다양한 빛을 품어대니...
예전에 고운선생은 그 곳을 화개동천(花開洞天)이라 불렀다..
눈속에서도 꽃이 핀다하였는데.. 그 꽃은 바로 칡꽃이다..
청학(靑鶴)이 거기 숨어있기 때문일까..?
그 곳은 다른 곳에서는 없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으니..
나는 그것을 무엇이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곳에선..유유히 흐르는 은빛 물길을 따라서... 십리쯤 되는 꽃길이 흐른다..
매서운 겨울 바람을 밀치고 일찍부터 꽃이 핀다..
그 시작은.. 매화가 열어준다..
그리고나면 벚꽃이 피고..다음은 배꽃이고.. 철쭉이고.. 녹차꽃이고 그렇다..
이렇게 이른봄부터 초겨울에 이르기까지.. 화개동천(花開洞天)은 꽃이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꽃의 화려함과 초록의 포근함.. 마음의 넉넉함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고요한 선정과 예리한 지혜를 저절로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치 연화광정토(蓮花光淨土)의 가피를 받는 것처럼.....!!
낼 모래면.. 그곳에 벚꽃이 필 것이다..
늦어도 사나흘 안에는 꽃의 정령이 당도할 것이니..
느닷없이.. 벚꽃의 희고 흰 빛이 화개동 깊은 곳까지 스며들것이다..
그리고.. 계곡의 어두운 구석까지 그 화려함의 재난을 피할 수 없고..
이어서.. 늦은 꽃눈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몇일동안 내릴 것이다..
다른거라면 몰라도..
이 미치게 따스한 날에는..벚꽃 바람이 부는 곳으로 찾아가..
시리지 않은 그 꽃눈 맞으면서..
한시간이나 두시간쯤.. 우두커니 서있는 것도 좋으리라..
No comments:
Post a Comment